최근 AI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그럴듯하게 제시하는 할루시네이션 현상이 국내외에서 빈번히 발생하면서, AI 활용의 신뢰성 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현대 LLM의 설계 철학과 평가 구조가 만들어낸 구조적 현상입니다. 할루시네이션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은 AI 시대의 핵심 리터러시가 되었으며, 기술·시스템·사용자 차원의 다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할루시네이션 발생 원리와 구조적 원인
AI 할루시네이션은 인공지능이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현상으로, 사용자들이 가장 불만을 느끼는 부분은 AI가 너무나도 자신만만하게 틀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연구자의 박사 논문 제목을 물었을 때 AI가 솔직하게 모른다고 답하는 대신, 세 개의 틀린 제목을 확신에 찬 어조로 제시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는 마치 AI가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지만, 실제로는 현대 LLM이 근본적으로 진실을 말하는 엔진이 아니라 초강력 자동 완성 엔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LLM은 사실 여부를 직접 배우는 것이 아니라 특정 문맥 다음에 자주 나오는 통계적 패턴을 학습합니다. 학습 데이터에는 '이것은 거짓이다'와 같은 명시적 레이블이 거의 존재하지 않으므로, 모델은 진실과 거짓의 구분보다는 문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즉 말이 되는지 여부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러한 학습 방식은 언어의 유창성과 문맥 이해에는 탁월하지만, 사실성 검증에는 취약한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모델 평가 방식에 있습니다. 기존의 평가 시스템은 정답률만을 중요하게 여기고,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경우를 0점 처리하는 반면 찍어서 맞추면 점수를 얻는 보상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할루시네이션을 구조적으로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오픈AI가 발표한 'Why LLMs Hallucinate'이라는 논문에서는 과거 모델인 GPT-4 미니가 정확도는 높지만 할루시네이션 비율이 훨씬 높았다고 설명합니다. 반면 GPT-5 계열의 새 모델은 모를 때는 아예 모르겠다고 말하도록 학습되어 할루시네이션 비율이 훨씬 낮게 설계되었습니다. 결국 할루시네이션은 AI의 결함이 아니라 평가 방식과 보상 체계가 만든 학습된 행동 패턴인 것입니다.
할루시네이션 감소를 위한 다층적 기술 전략
할루시네이션을 줄이기 위한 기술은 모델 훈련, 시스템 아키텍처, 제품 UX라는 세 가지 레벨에서 체계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모델 훈련 레벨에서는 데이터 필터링을 통해 고품질 데이터 비중을 높이고, 강화 학습을 활용해 모를 때는 모른다고 말하라는 원칙을 점수에 반영합니다. 특히 Chain of Thought와 같은 검증형 훈련 방식은 모델이 생각 과정을 거쳐 검증한 후 답을 내도록 유도하여 즉흥적인 추측을 방지합니다.
두 번째 시스템 아키텍처 레벨에서는 RAG(Retriever Augmented Generation) 기술이 핵심적 역할을 합니다. 이 기술은 모델이 자체 지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외부 문서나 웹에 실시간으로 질의하여 정보를 가져오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또한 계산기, 코드 실행, 웹 검색 API 등 특정 툴을 활용하여 추측 대신 직접 답을 구하고 검산하도록 합니다. 더 나아가 멀티스텝 에이전트 방식은 답을 한 번에 제시하지 않고 계획 수립, 정보 검색, 검증, 수정, 최종 답변 순으로 단계를 나누어 처리함으로써 각 단계에서 오류를 걸러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제품 UX 레벨에서는 모델이 틀릴 수 있다는 전제를 명확히 하고, 링크와 소스 인용, 강조 표시 등을 통해 사용자가 직접 검증하기 쉽게 만듭니다. 법률이나 의료 등 고위험 도메인에서는 자동 또는 반자동 팩트 체킹 기능을 추가하여 신뢰성을 강화합니다. 특히 모델이 정보가 부족하다거나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을 UX 차원에서 적극 장려하는 설계가 중요합니다.
주요 AI 회사별로 대응 전략도 차별화되고 있습니다. 오픈AI는 평가 방식을 정답, 오답, 기권으로 분리하고 오답에 더 큰 페널티를 부여하며 기권에는 부분 점수를 주는 새로운 평가 체계를 제안했습니다. 이를 반영한 GPT-4.5 계열, 특히 브라우징 기능을 켠 GPT-4.5 씽킹은 특정 도메인에서 할루시네이션 비율이 1% 미만으로 낮아졌습니다. 구글의 제미나이 1.5 프로는 멀티모달 추론 모델로 정확도는 높지만 엄니스 벤치마크 결과 잘못된 응답의 88%가 자신만만한 할루시네이티드 앤서로 분류될 정도로 모른다고 말하기보다는 틀린 답을 자신 있게 내놓는 경향이 강합니다. 앤트로픽은 처음부터 안전하고 위험이 적은 모델 개발에 초점을 맞춰 시스템 메시지에서 정보가 부족하거나 확신이 없으면 모르겠다고 답하도록 권장하며, 엄니스 벤치마크에서 클로드 4.5 소넷은 정확도는 낮지만 할루시네이션 비율이 매우 낮아 지식 많고 신뢰성 높은 모델 카테고리 1위를 차지했습니다. XAI의 그록은 실시간 X 데이터와 웹 데이터를 활용해 지식 최신성을 확보하고 강한 추론 및 코딩 능력 위주로 튜닝된 생각하는 모델을 지향하지만, 엄니스 벤치마크에서 정확도 40%에 할루시네이션 비율 64% 수준으로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있습니다.
실전 프롬프트 설계로 할루시네이션 최소화하기
할루시네이션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프롬프트 설계를 통해 현업에서 체감할 정도로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이 존재합니다. 첫째, 모르는 내용은 절대 지어내지 말고 해당 정보는 제공된 자료나 제 지식 범위를 벗어납니다라고 명시적으로 말해달라고 요청하면 모델의 추측 경향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습니다. 이는 모델에게 정직성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는 메타 인스트럭션 역할을 합니다.
둘째, 근거 출처 혹은 정확도를 표시해 달라고 요청하면 모델이 불필요한 디테일을 꾸며낼 때 스스로 정확도 낮음이라고 표시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모델 내부의 불확실성 추정 메커니즘을 활성화시켜 신뢰도가 낮은 정보를 필터링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셋째, 질문의 범위를 극단적으로 좁히고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광범위하고 모호한 질문은 모델에게 상상력을 발휘해도 된다는 신호로 작용하므로, 시간, 범위, 도메인을 명확히 제한하면 모델이 패턴 회상 모드로 전환되어 창작 모드가 줄어듭니다.
넷째, 체크리스트 기반 응답을 요구하면 모델이 답변 시 스스로 한 번 더 검열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답변 전에 출처 확인됨, 수치 검증됨, 시간적 정합성 확인됨 등의 항목을 체크하게 하면 할루시네이션 가능성이 현저히 감소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강력한 방법은 두 단계로 질문하는 전략입니다. 첫 번째 프롬프트에서는 할루시네이션이 나와도 상관없으니 초안을 자유롭게 작성하게 한 다음, 두 번째 프롬프트로 작성된 초안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같은 모델을 생성기와 비평가 역할로 순차적으로 활용하면 최종 답변의 할루시네이션 강도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프롬프트 기법들은 단순히 기술적 트릭이 아니라 AI와의 협업 방식을 재정의하는 사고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AI를 만능 정답 제공자가 아닌 협력적 사고 파트너로 바라보고, 의심하고 검증하며 질문을 설계하는 능력이야말로 AI 시대의 진정한 리터러시입니다. 기술과 제도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용자가 AI의 한계를 이해하고 적절히 활용하는 능력이 할루시네이션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어선이 됩니다.
할루시네이션은 AI의 결함이 아니라 설계 철학과 평가 구조가 만든 구조적 현상입니다. 기술·아키텍처·UX 레벨의 다층적 대응과 함께, 사용자의 비판적 사고와 검증 능력이 결합될 때 비로소 신뢰할 수 있는 AI 활용이 가능해집니다. AI 시대의 핵심 역량은 정답을 받는 능력이 아니라 의심하고 검증하며 질문을 설계하는 힘임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