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전망은 단순한 기술 예측을 넘어 인간 사회 전체의 재편을 예고합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먼 미래의 이야기로 여겨졌던 범용 인공지능이 이제는 5~10년 내 실현 가능한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샘 올트먼은 이를 '새로운 자본주의'라고 명명하며, 노동과 자본의 가치 체계가 근본적으로 재구성될 것임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의미와 삶의 목적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하게 됩니다.

트랜스포머 알고리즘과 생성형 AI의 혁명
2017년 구글이 개발한 트랜스포머(Transformer) 알고리즘은 AGI 논의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챗GPT의 'T'가 바로 트랜스포머를 의미하며, 이 기술은 인간이 수백 년간 찾지 못한 언어의 보편적 규칙을 수천억 개의 인터넷 문장 데이터를 학습하여 스스로 발견해냈습니다. 인간이 직접 가르쳐주지 않아도 AI가 데이터에서 패턴을 추출하고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을 생성하는 능력은 충격적인 결과였습니다.
이러한 방법론은 언어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소리, 그림, DNA 구조 등 다양한 데이터에 적용되면서 생성형 AI 시대가 열렸습니다. 글과 그림을 동시에 학습시켜 텍스트 입력만으로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DNA 구조와 단백질 구조를 학습하여 새로운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등 교집합 학습을 통한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제약 회사들은 단백질 구조 예측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며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BO3와 오픈AI의 소라2 같은 기술은 프롬프트 입력만으로 고품질 영상, 음성, 이미지를 생성합니다. 몇 달과 수십억 원이 들던 뮤직비디오 제작이 단 10분 만에 만 원으로 가능해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은 실존 인물의 얼굴을 이용한 매우 자연스러운 가짜 영상 제작을 가능하게 하여, 샘 올트먼이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치는 장면이나 케네디 대통령의 TV 인터뷰처럼 역사적 장면까지도 미묘하게 왜곡하여 조작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불가능해지는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노동시장 붕괴와 경력 시작의 기회 상실
생성형 AI는 이미 노동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논문에 따르면, 챗GPT 등장 이후 2125세 신입 개발자 채용이 급감하고 4149세 경력직 채용은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AI 코딩이 신입사원 수준의 코딩을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한국 IT 업계에서도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상황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AGI가 등장하면 인간 능력의 대부분을 대체할 것이므로, 현재 초등학생들은 노동시장에 진입할 기회조차 없을 수 있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이는 단순히 일자리가 부족해지는 문제를 넘어, 경력을 쌓을 기회 자체가 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기존 논의가 '일자리 감소'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경력 형성 기회의 소멸'이라는 더 근본적인 문제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코브 더글러스 생산 함수에서 보듯이, AGI가 지능을 자동화하고 노동력을 대량 생산하게 되면 노동의 가치는 줄고 자본의 가치가 극대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샘 올트먼이 AGI를 '새로운 자본주의'라고 명명한 이유입니다. 극단적으로는 노동의 가치가 0이 될 수도 있으며, AGI를 먼저 달성하는 국가나 기업이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가질 것입니다. 논리적으로 보면 자본의 가치가 늘어나므로 '미치도록 돈을 모아 자본을 축적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준비 과정일 수 있다는 냉정한 분석이 나옵니다.
피지컬AI와 에이전틱AI가 그리는 미래 사회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AI 발전 단계를 '인식형 AI(딥러닝) → 생성형 AI → 에이전트 AI → 피지컬 AI'로 설명합니다. 생성형 AI가 정보 생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에이전트 AI는 사용자가 원하는 '액션'을 직접 수행하는 AI입니다. 비행기표를 찾아주는 것을 넘어 직접 예약까지 하는 능력을 가지며, 약 2~3년 내에 완성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현재 존재하는 대부분의 기업과 일자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에이전틱 AI가 디지털 세상의 문제를 해결한다면, 피지컬 AI는 로봇 형태로 아날로그 세상의 물질적 노동을 대체할 것입니다. 탁자 위의 물병을 가져다주거나 자동차 공장에서 차를 조립하는 등 물리적인 행동이 필요한 작업들이 피지컬 AI의 역할입니다. 자동차 대량 생산이 물질적인 제품의 효율성을 높였듯이, AGI는 인간의 지적 능력(글쓰기, 그림 그리기, 예술, 아이디어 창출 등)을 자동화하고 대량 생산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는 AGI가 인류가 풀지 못했던 핵융합 에너지 문제 등을 해결하여 무한 에너지 시대를 열고, 대부분의 사회·경제·정치적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더 나아가 우주의 비밀을 밝히고 인간의 질병, 심지어 죽음까지도 AI가 해결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인간은 더 이상 일하지 않고 극도의 생산성 속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기본 소득 또는 '기본 컴퓨팅 능력(Universal Compute)'을 제공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전 세계에 GPU 인프라를 구축하고 개인당 일정량의 GPU를 배정하여 창작 활동이나 스타트업 운영, 혹은 GPU 시간을 판매하여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AI 시대에 인간이 할 일이 없어지고 대부분의 연구와 창작까지 AI가 담당한다면,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할지에 대한 답은 여전히 불분명합니다. 픽사의 영화 <월-E>에서 그려진 것처럼 모든 것을 기계가 해주는 미래가 과연 '좋은' 미래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AGI 시대의 핵심 경쟁은 '인간 대 기계'가 아니라 '나와 나보다 인공지능을 더 잘 활용하는 다른 인간들' 간의 경쟁이 될 것입니다. 기술적 진보의 논리는 설득력이 크지만, 유토피아적 전망이 인간의 삶의 목적까지 자동으로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질문은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그 모든 가능성 속에서 인간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입니다. 우리에게 남은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기계가 인간의 지적, 육체적 능력을 대체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우리 인간은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절실히 필요합니다.